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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행복한 이유

“그렉 이건의 작품들은 실로 경탄스럽다.” - 테드 창(소설가)
“장담컨대, 일단 펼쳐 들면 끝까지 놓지 못할 것이다.” - 김초엽(소설가)
동시대 SF 작가에게 영향을 끼친 마스터피스
 
‘작가들의 작가’ 그렉 이건의 한국판 특별 선집의 첫 책

“그렉 이건의 작품들은 실로 경탄스럽다. 그는 각 작품의 핵심이 되는 의문에 관해 숙고하고, 그것이 현실에서 일으킬 수 있는 모든 결과를 철두철미하게 탐구한다.” - 테드 창(소설가)
 
“일단 이 소설집을 펼쳐 든다면 끝까지 놓지 못할 거라고 장담한다. 그렉 이건의 이야기들은 지적이며 설득력이 있고, 눈앞에 그려지는 장면은 세밀화처럼 선명하며, 무엇보다 무척 재미있으니까.” - 김초엽(소설가)
 
 
 
“테드 창”의 숙명적 라이벌, “김초엽”의 가장 추천하는 작가
‘SF 작가들의 작가’ 그렉 이건의 한국판 특별 선집의 첫 책
 
세기의 라이벌. 한 명의 천재가 탄생하기 위해선, 라이벌 관계인 또 다른 천재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그렇게 탄생한 두 천재 중에서, 우리는 아직 한 명의 천재 “테드 창”밖에 만나지 못했다. 그리하여 허블은 그 나머지 한 명의 천재 작가를 소개하고자 한다. 테드 창이 여러 인터뷰를 통해 애틋한 팬심을 밝혔던, 그리고 테드 창과 함께 한국 SF 열풍을 이끈 한국문학의 아이콘 “김초엽”이 추천하는 ‘SF 작가들의 작가’. 바로, “그렉 이건”이다.
국내에선 소개가 안 됐지만, 그렉 이건과 테드 창의 라이벌 관계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둘은 일찍부터 SF 팬덤 사이에서 ‘하드 SF계의 양대산맥’이라 불렸을 뿐만 아니라, 실제 두 작가의 작품들은 소재와 세계관 측면에서 싱크로율이 높다. 그렇다 보니 테드 창의 인터뷰에선 그렉 이건에 대한 질문 또는 대답이 거의 필수적으로 나오곤 했다.
 
“그렉 이건의 작품들은 실로 경탄스럽다.”
- 《인터존》과의 인터뷰 중, 2002년
 
“(본 주제에 관해 플라톤적 이상향에 가까운 SF는?) 최근으론 그렉 이건의 작품이 떠오른다.“
- 《빌리버》와의 인터뷰 중, 2019년
 
테드 창은 두 작가가 활발히 활동하던 2000년대부터 최근까지 그렉 이건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처럼 두 작가는 상대를 비방하고 공격하며 상처를 주는 적대적 라이벌이 아닌, 좋은 작품을 통해 영감을 주고 받으며 서로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는 호혜적 라이벌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렉 이건에 대한 테드 창의 애정과 팬심은, 공식적인 인터뷰뿐만 아니라 사적인 메일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렉 이건의 한국판 특별 선집 출간이 확정되었을 때, 테드 창이 그렉 이건에게 건넨 메시지: “그렉, 아직까지 네 작품이 한국에선 거의 번역되지 않았다니 정말 놀라워!”
이런 테드 창 못지않게 그렉 이건의 번역을 기다린 작가가 있었으니, 이제는 한국 SF를 넘어 한국 문학의 아이콘이 된 “김초엽”이다. 김초엽은 장르문학 대담집 『장르의 장르』(안전가옥, 2018), 셀럽 전문 소통 채널 〈아하〉(2022)등을 통해 일찍부터 그리고 최근까지 그렉 이건의 작품을 추천해 왔으며, 이번 책의 추천사도 써주었다. 특히 김초엽은 표제작인 「내가 행복한 이유」를 즐겨 추천했는데, 10여 년 전 『하드 SF 르네상스 1』(행복한 책읽기, 2008)을 통해 국내에 소개된 해당 중편소설은 지금까지 국내 SF 독자 사이에선 전설로 회자되고 있다.
2019년부터 시작한 ‘한국 SF 열풍’의 두 주역이 강력 추천하는 작가, 그렉 이건. 그의 중·단편집 『Axiomatic』(1995), 『Luminous』(1998), 『Oceanic』(2009)을 엮어서 묶은 이번 선집의 첫 번째 책은, 이렇듯 SF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출간하게 됐다.
 
 
〈자궁에서 보존된 혼수상태의 뇌〉, 〈수천 명의 데이터로 만든 의뇌〉
육체와 의식으로 파고드는 과학기술과 인간 정체성에 대한 서사
 
여기, 끔찍한 사고를 당한 한 남자와 그의 아내가 있다. 다행히 남자의 육체는 만신창이가 됐지만 뇌는 온전하며, ‘복제 몸 수술’ 보험도 들어둔 상태다. (‘복제 몸 수술’이란 뇌가 없는 복제인간을 만들어 뇌를 갈아 끼우는 수술이다.) 문제는 복제 몸이 완성될 때까지의 소요 시간은 2년. 냉동 장치 안에서 뇌를 보존하는 데엔 막대한 비용이 들고, 그의 아내는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 이때, 보험사 직원이 제안한다. “아주 저렴한 방법이 있습니다. 아내분의 자궁 안에 보관하는 것입니다.” 이에 남자의 아내는 자신이 사고를 당했어도 남편에게 이런 부당한 요구를 했을 거냐며 분노하지만, 결국 남편을 살리기 위해 결단한다. 배 속에 태아처럼 남편의 뇌를 품은 채 2년의 세월을 견딘다. 다행히 남편은 무사히 새로운 몸을 얻는다. 그러나 2년 동안 타인의 뇌를 몸 안에 품고 살았던 아내와 타인의 몸 안에서 뇌로만 존재했던 남편은 그 기간 동안 결코 되돌릴 수 없는 변화를 겪는다.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어버린 여자는 자신의 변화에 대해 말한다. “그 힘은 워낙 강해서, 내가 후회하는 것조차도 허락하지 않는다.”
위 내용은 첫 번째 수록작인 「적절한 사랑」의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내가 행복한 이유』에서는 〈자궁에서 보존된 혼수상태의 뇌〉, 〈수천 명의 데이터로 만든 의뇌〉 등 미래의 첨단 과학기술이 우리의 주변뿐만 아니라 우리의 몸, 나아가 마음까지 파고드는 모습을 아주 생생하게 현실에 밀착해서 보여준다. 그렉 이건의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은 선택의 기로를 마주한다. “자신 또는 자신이 사랑하는 존재를 살리기 위해서, 이 첨단 과학기술을 몸 안에 받아들이겠습니까?”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인물들은 과학기술에 자신의 몸을 맡긴다, 불안감을 뒤로 한 채. 그러나 선택하던 당시의 그들로선 결코 알 수 없었던 사실이 있었으니, 육체로 받아들인 과학기술이 자신의 사랑과 행복마저 변화시키리란 것이다. 「적절한 사랑」의 주인공인 아내는 과거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남편의 뇌를 몸 안에 2년 동안 품고 산다. 하지만 그 2년 동안 주인공이 추구하던 사랑과 행복은 완전히 변한다. 그래서 그는 건강한 남편과 함께 살 수 있지만, 더는 “행복하다”라고 말할 수 없다.
표제작인 「내가 행복한 이유」의 주인공도 비슷한 선택의 기로를 마주한다. 수술 후유증으로 행복을 느끼지 못하게 된 주인공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의뇌를 이식받는다. 다행히 다시금 행복을 느끼게 된 주인공. 그러나 이식받은 의뇌는 수천 명의 뇌 데이터를 집적해 만든 것이었고, 그렇다 보니 주인공은 기존에 느꼈던 행복감과 지금 느끼는 행복감은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의뇌의 특수 기능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데도,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온전히 자신의 것인지 의심하게 된 주인공. 그렇게 정체성 혼란을 겪던 주인공은 우연한 계기로 사랑을 시작한다. 그 우연성 덕분에 다시금 자신의 감정에 대한 의심을 덜게 되지만, 의뇌의 정체를 알게 된 연인이 이별을 통보하자 다시금 벽에 부딪힌다. 그렇게 소중한 연인에게 버림받았는데도, 그는 리모컨 버튼만 누르면 행복해질 수 있다. 그 사실을 깨달은 주인공은 말한다. “내가 느끼는 모든 것이 어디서 왔는지는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렉 이건은 특히 인간 의식의 유물론적 해석을 이야기로 풀어내는 일에 능하다. 그의 많은 작품이 명시적으로 이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그 밖의 분야에서도 그는 지극히 독창적인 재능을 발휘해서 현실에 밀착한 결론을 이끌어 낸다.“ - 테드 창(소설가)
 
“우리는 단지 걸어 다니는 물질 덩어리이며, 외부의 다른 물질들로부터 심대한 영향을 받는다. 『내가 행복한 이유』에 실린 작품들은 아주 섬뜩한 방식으로 이 진실을 건드린다. 인간의 뇌와 신경세포, 자아와 마음을 직접 겨누는 질문들은 돌연하며 가차 없다. 읽다 보면 절로 이런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인간은 낭만적 영혼을 지닌 존재가 아니라 신경전달물질과 일련의 화학 분자들로 통제되는 유기물 덩어리인지도 모른다고. 그럼에도 우리가 사랑과 행복을 말할 수 있다면 그것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정의되어야 할 것이라고.” - 김초엽(소설가)
휴고상·로커스상·아시모프상 등 세계적 SF상이 인정한 작품성
인생의 갈림길 앞에서 돌아갈 다리를 불사르며 전진하는 상상력
 
극소수의 최상급 작가 중 한 명.
- 《로커스》
 
SF계가 자랑하는 가장 야심적이고 경이롭고 기교적인 작가.
- 《아시모프스》
 
 
작가 김연수는 에세이집 『소설가의 일』을 통해 ‘소설을 쓴다는 것은 주인공이 지나온 다리에 불을 지르는 것’이라고 얘기한 바 있다. 이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모든 작가가 동의하는 ‘소설은 인물의 변화’라는 정의에 입각한 관점으로, 해당 관점을 그렉 이건의 작품에 적용한다면 무엇이 불이고 무엇이 다리인지는 불 보듯 뻔하다. ‘불’은 과학기술이고, ‘다리’는 우리의 육체. 그렉 이건은 우리의 육체에 과학기술이라는 불을 지른다. 그리고 활활 타오르는 육체 앞에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처지에 놓인 우리 정신의 모습을 조명한다. 그때쯤 그렉 이건의 작품을 읽는 독자들도 그 방황하는 정신에 반쯤 빙의하게 된다. 이처럼 그렉 이건은 저 멀리 있는 첨단 과학기술을 우리 손에 쥐여준다. 그렇게 쥐게 함으로써 그것이 얼마나 뜨거운지, 얼마나 펄펄 끓고 있는지를 피부로 느끼게 한다. 얼음을 손에 쥐면 화상을 입는 것처럼, 사람을 살리기 위한 과학기술이 우리의 정체성을 어떤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앞서 휴고상·로커스상·아시모프상 등 수많은 세계적 SF상이 그렉 이건에게 찬사를 보낸 이유는 단순히 그가 뛰어난 과학적 정합성을 보여줘서가 아니다. 그는 하드 SF 작가이기에 앞서 뛰어난 이야기꾼이다. 『내가 행복한 이유』라는 마스터피스를 창조해 낸 그의 마스터터치의 원천은 과학적 상상력 그리고 이야기 능력이다.
 
 
나머지 작품 소개
 
100광년 일기 #시간여행, #자유의지
: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은하를 발견해 미래의 자신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세계에서, 자신 또는 세계가 보낸 메시지가 반드시 진실이 아님을 깨달은 어느 남자의 이야기.
 
무한한 암살자 #양자역학, #스파이액션
: 평행세계끼리 연결된 세계에서, 불법 약물의 부작용을 이용해 평행세계끼리 물리적으로 전이시키려는 자를 제거하기 위해 파견된 어느 요원의 이야기.
 
도덕적 바이러스 학자 #컬트종교, #바이러스, #팬데믹
: 하나님의 뜻을 따른다며 간통자와 동성애자들을 죽일 바이러스를 개발한 어느 정신 나간 생화학자의 이야기.
 
행동 공리 #두뇌개조, #자유의지
: 아내를 죽인 살인자를 죽이기 위해서 자신의 도덕적 신념에 반하는 두뇌 개조를 감행한 어느 남편의 이야기.
 
내가 되는 법 배우기 #마인드업로딩, #정체성
: 태어날 때부터 머리에 이식된 의식 저장용 컴퓨터가 성년부터 뇌를 대신하는 세계에서, 컴퓨터가 몸을 지배한 상태로 의식이 깨어난 어느 남자의 이야기.
 
바람에 날리는 겨 #유전공학, #스파이액션
: 뇌와 관련된 극비 자료를 훔쳐 달아난 생화학자를 생포하기 위해 마약 카르텔이 지배하는 숲으로 향한 어느 요원의 이야기.
 
루미너스 #수학, #컴퓨터공학
: 빛으로 만들어진 강력한 컴퓨터를 통해, 형이상학적 수론의 모순을 물리적 우주에 실체화 시키는 대결을 겪는 어느 연구자 커플의 이야기.
 
실버파이어 #컬트종교, #팬데믹
: 작은 시골 마을에 확산 중인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찾던 중 그 내막에 있는 종교 집단을 맞딱드리게 된 어느 연구자의 이야기.
 
체르노빌의 성모 #컬트종교, #하드보일드, #미스터리
: 도난당한 굉장한 고가의 성모화를 찾던 중, 예기치 못한 살인 사건을 맞딱드리면서 숨겨진 내막을 밝혀나가는 어느 사립 탐정의 이야기.